여름방학 때부터 준비하던 우테코의 4개월간의 여정이 1차 불합격으로 끝이 났다.
#0. 실패에 대한 아픔
결과에 대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막상 결과가 다가올수록 기대하고 긴장되었고,
결과가 나오니 아쉬움이 크게 남았던 것 같다.
중학교 때 셔틀런 개수가 미달이 났을 때도,
학교 시험을 보고 나서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았을 때도,
언제나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채 마무리가 된다면 "좀만 더 열심히 할걸"이라는 생각이 들며 후회가 남는 것 같다.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걸까?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으면 나에게 고생했다며 뿌듯함이 밀려오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받으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4개월간의 우테코 준비를 하면서 나는 누구보다도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계속해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발표일이 다가올수록 불합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1. 마인드셋의 부재
"어딘가에 간절하게 들어가고 싶으면 난 붙을 거야 라는 마인드로 임해라."
학교 생활을 하며 10월쯤에 교수님께서 외부강사님을 초청하여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강사님은 이런 말을 하셨다.
맨 처음에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부분은 너무나도 추상적이어서 크게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이 말의 뜻이 이해가 조금 가기 시작한 것 같다.
나는 사실 우테코를 시작하기도 전에 겁을 먹었다.
과연 나 같은 초보 백엔드 개발자가 붙을 수 있을까?
쟁쟁한 경쟁자들 1800명 중 90명 안에 들 수 있을까?
우테코가 취뽀보다 어렵다던데..?
이러한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나는 스스로와 타협을 보기 시작했다
'난 프리코스로 성장하려고 지원하는 거야. 붙으면 좋지만 붙는 데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아'
이렇게 마음가짐을 먹었던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난 붙을 거야라고 확신을 했다가 떨어졌을 때의 아픔과 부끄러움을 회피하고 싶어서,
둘째는 학업, 시험기간, 각종 활동이 시기상으로 겹쳐 마음의 부담감을 좀 덜어내고자였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가짐에는 간절함이 부족해서였던걸까,
난 붙을 거야 와 같은 마인드에서 나오는 오기와 끈기 그리고 진솔함을 불러오지 못했다.
그리고 우아한테크코스는 이를 귀신같이 알아차렸나 보다.
겸손과 두려움은 내면의 차이인 것 같다.
나 자신을 믿으며 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며 주변 사람들을 존중하고 내세우지 않는 태도는 겸손이다.
하지만 나 자신을 믿지 않는 상태에서는 숨는 것에 불과하다. 두려움에 가깝다.
'나 자신을 믿어라, 그리고 밀어붙여라.'
이로써 강사님께서 말씀해 주신 부분은 결국, 이와 같은 마인드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마인드셋은 언젠간 나비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 추상적인 목표
"자네, 자네는 나중에 뭐를 하고 싶은가?"
프리코스가 다 끝난 시점, 학교활동이 끝나고 교수님들과의 식사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식사 중 교수님께서 내게 건넨 질문이다.
"음.. 저는 백엔드 개발자를 하고 싶습니다. 사실은 이것저것 해보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찾는 과정을 거치며
인공지능 쪽도 생각을 하였는데, 생각보다 벽이 높고 학사 수준에서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어서
자연스럽게 백엔드 개발자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아니 그거 말고 나중에 뭘 하고 싶냐고"
"백엔드 단에서 개발을 하며 서비스들을 구축해나가고 싶습니다."
"자네는 면접이라면 60점짜리 답변이라네."
곧이어 교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말씀을 건네주셨다.
"자네는 지금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고, 그냥 뭘 하기 위한 과정만을 말하고 있어.
산이 있다면 정상이 어딘지, 어떤 정상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봤는데,
자네는 어떻게 오를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어 정상이 어딘지, 무엇인지는 이야기 안 하고 있다고"
머리를 한 대 맞는 기분이라면 이런 기분일까? 정말 거대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는 데에도,
내가 개발자가 되고 싶어 하는 이유에도.
우테코 자소서에서도
놓친 부분이다.
"개발하는 게 좋아서, 문제해결 하는 게 좋아서, 뭔가를 맞춰나가며 완성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껴서 그 과정 자체가 좋아요"
지금까지 "백엔드 개발자가 왜 되고 싶냐"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이었다.
이는 과정에 초점을 두어 답변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포부를 드러낼 때는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개발자가 됨으로써 어떠한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가이다.
#3. 상처, 딱지, 아묾, 그리고 "새살"
우아한테크코스의 프리코스 과정은 정말 너무나도 좋았고 힘든 만큼 얻어가는 것도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코드를 정성스럽게 읽어주며 리뷰를 달아주고,
또 다른 사람들의 코드를 보며 같은 문제에서 나오는 다양한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진행한 미션을 되돌아보는 과정은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해 주었고,
그렇게 잠긴 생각 속에서 얻어낸 해결의 실마리들은 너무나도 값졌다.
따라서 우아한테크코스의 도전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 2025년의 신호탄
올해는 정말 무난하게 술술 풀리는 한 해였다.
학과 차석, 프로젝트 장려상, IITP 원장상, 특성화 장학금, SWExpert 선발 등등..
이렇게만 보면 우테코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24년도는 성공의 경험만 가지고 갔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의 실패가 더 뼈아프게 느껴졌다.
(실패와 성공을 나누는 것이 무색하긴 하지만..)
이러한 한 해 속에서 우테코의 불합 통보는 마치 나 스스로에게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와 동시에
나의 부족한 점을 되돌아보며 다음 한 해를 시작하라는 신호탄이라 생각이 든다.
상처가 아문 뒤에는 새살이 돋는다.
오히려 불합 통보를 받았기에 이렇게 스스로를 다시 한번 더 메타인지의 과정을 가질 수 있다 생각한다.
내년에 우아한테크코스 8기에 도전할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다시 한번 더 도전하게 된다면, 24년도보다는 더 단단하게 맞설 것이다.